"여행을 떠나자."



"여행을 떠나자."

"모든게 끝나면, 여행을 떠나자."


"아무 걱정말고, 더는 슬퍼도 말고."


"그 쪽이 좀 더 즐거운 이야기일것같아."


"그렇지?"




"내 시작은 여기였어."

"앞으로 끝없이 가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네가 가끔은 멈춰서 너의 흔적을 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잠깐 그렇게 쉬는게 더 큰 위로가 될지도 모르잖아."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빛 속에서 사그라드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그래도 가끔은 네가 빛이 아닌, 그림자에서 쉬길 원해."


"네가 조금 더 오랫동안 즐거웠으면 좋겠다."


"일곱 밤을 지낸 뒤 여덟 번째 아침을 맞이하고,"


"다시 일곱 밤을 세는날이 이어지는 거야."


"있잖아."


"우리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있잖아, 너는 꽃이 되지 않았으면 해."

"불도, 눈도, 그리고 꽃도 찰나를 살아갈 수밖에 없잖아."


"그럼 불꽃, 눈꽃은 얼마나 짧은 순간을 살아가는 걸까."


"그 찰나는 분명 아름답고, 찬란하겠지만."


"그래도 나는 역시 아름답고, 찬란하지 않더라도"


"그냥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어"


"있잖아."


"우리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결국 우리는 평생토록 누군가로서 살아가야 할지도 몰라."


"있잖아, 사람은 항상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야 하잖아."


"타인이 원하는 자신을 평생토록 연기해야 할지도 몰라, 극장에서처럼 말이야."


"그래도 나는 우리가 적어도."


"그 모든 모습을 거짓이라 생각 안 했으면 해. "


"그건 정말로 재미없는 이야기잖아."


"그래서 네게 재밌게 말해보려고."



"정말 멋진 공연이었어요 아가씨."


"혹시 괜찮으시다면."


"우리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그래서 너는 내일을 궁금해하는 걸까."

"하지만, 나는 내일이 궁금하지 않아."


"내가 만일 앞으로 일어날 모든 것을 안다면."


"그 모든 것들이 즐겁지는 않을 것 같아."


"그러니까 그냥 이렇게 모른 채로,"


"이렇게 매 순간을 즐거운 채로,"


"언제나 내일에 기대를 가지고 살아가려고."


"그냥…. 그냥 좋아서 그래, 그 모든 순간이 말이야."



"있잖아."


"우리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저기, 혹시 가지고 싶은 꽃 있어?"



"하나 사가도 괜찮을 것 같아."


"꽃 한 송이면 네가 웃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그렇게 하자."


"꽃이 아름다운 것은 한순간이란걸 잘 알고 있지만."


"꽃이 아름다웠다는 기억은 영원할 것 같거든."


"네가 웃는 것도 그럴 것만 같아서 그래."



"있잖아."


"우리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우리는 살아가며, 단 한 번이라도 아이였던 적이 있을까."


"우리에게 과거가 있었을까."


"그토록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그 모든 것들을 행복해하며, "


"하루 더 어른이 될 내일을 기대하며,"


"그렇게 매일 눈을 감으며,"


"그렇게 살아가며, 매일 숨을 내쉬며,"


"눈을 다시 떴을 때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던."


"우리가 과연 단 한 번이라도 아이였던 적이 있을까."



"있잖아."


"우리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마침, 내게 우연히도 시간이 생겼어."


마침, 네가 생각이 났어.


우연히도, 너를 만나는 게 좋을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너를 불렀어, 



너라면 분명 나를 만나러 와줄 거로 생각했으니까.


너라면 분명 한달음에 나를 만나러 와줄 거로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너를 불렀어.



.....


내가 너무 계산적으로 말했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내 말은.



"너를 만나는 것이 너무나도 즐겁고, 기대돼."




"있잖아."


"우리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만일, 오늘의 내가 가장 행복했다면, 부탁하고 싶어.



있잖아, 어느 날 내가 사라진다면,


나를 위한 묘비를 세워줄래?


네가 좋아하는 곳에, 네가 가장 편안히 생각하는 곳에 말이야.



그리고, 부탁하건대 글을 적어줘,




내가 이곳에 존재했었다고 적어줘,


내가 이곳을 다녀갔었다고 적어줘,


내가 이곳을 사랑했었다고 적어줘,




그리고 내 이름을 적어줘.


다른 이름이 아닌 내 이름을.


뚜렷이 내 이름을 적어줘.



그 초라한 이름이 어찌나 이 세상을 사랑했었는지,


적어줘.



"있잖아."


"우리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저기, 혹시 나를 데리고 가줄래?



어느 날, 한 아이가 한 어른에게 묻습니다.


"왜 저는 풍선이 좋을까요?"



"그건 분명 네가 오늘이 즐거웠기 때문이란다."



어느 날, 한 소녀가 한 어른에게 묻습니다.


"왜 저는 풍선을 좋아하지 않게 됐을까요?"



"그건 필시 네가 내일을 기대하기 때문이란다."



어느 날, 한 어른이 한 어른에게 묻습니다.


"왜 나는 풍선을 다시 가지고 싶어 하는거지?"



"그건 이젠 네가 어제가 그리워졌기 때문이지."





어느 날 한 노인이 묻습니다.


"왜 나는 내 풍선을 나누지 못한 걸 후회할까."



"그건 분명 내가….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겠지."





그러니 소녀가 소녀에게 묻습니다.


"있잖아…."


"우리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있잖아, 역시 나는 혼자인가 봐."



"어느 날, 문득 그런 기분이 들었어."


"세상에 나만 홀로 떨어진 것 같아서."


"나 혼자만 이방인이 된 것 같아서."


"그래서 한 사람과 만나봤어."


"그리고 두 사람과 함께했어,"


"그다음 세 사람과 마주했어."


"그러다 네 사람과 지내봤어."


"그래도 다섯과 대화했어."


"그러다 열 명."


"그렇게 수십 명과 동행했어."


"결국에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달았어."



"결국에 다시 혼자가 되었어."


"그게 맞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래도…."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 줄 사람은 없다는 걸 알아도."




"그래도 함께인 것이 좋더라."


"그렇더라."




"있잖아."


"우리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예쁜 단풍이네... 그런 계절인거네."




나는 가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가을은 끝을 향하는


마지막 여정이니까.


붉게 떨어지는 시듦이 ,


그것이 마지막이란걸 말하니까.


따뜻했던 것들이 차갑게 식어감이


정말로 끝이라는 걸 말하고 있으니까


그 시듦을 기억하게 되니까.


.….


그럼에도, 우리는 그 마지막을 아름답다고 생각하기에,


그렇기에 그 계절은 아름다운 계절인 것이겠지.




"있잖아."


"우리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나는 원래 꽃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는데."



"어쩌면 이젠 좋아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네."




"있잖아."


"우리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바다는 그랬더라."


바다는 깊고.

내발은 짧고.


바다는 넓고.

내마음은 좁고.


바다는 외롭고.


나는.


그렇네,

그건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네.








"있잖아. 언젠가 영화를 다시 본 적 있었어."


예전에….


정말 좋아하는 영화를 세 번 다시 본 적 있어.


첫 번째는 혼자였고,


두 번째는 가족과 함께였어.


세 번째는…


사실 세 번째는 거짓말이야.


언젠가 내가...


이걸 보여주고 싶은,


누군가와 함께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남겨두었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저기, 우리는 어째서 살아가야 하는 걸까."


음...


내일 내가 먹을 식사는 더 맛있을지 몰라.


내일의 아침 바람은 더 상쾌할지도 몰라.


내일은 반가운 얼굴을 맞이할지도 몰라.



어쩌면, 


내일 내가 볼 별(星)은,


더 밝고 아름다울지도 모르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살아가는 걸지도 몰라.






봄과, 너와, 그리고 그 순간에.


내가 삼킨 그 봄날이 

어느 날엔가는 무척이나 생생하더라. 


그래서 그토록 생각이 나더라. 


 


그럴지도.



내가 만일, 내일이라도
내 어떤 기억이라도
시들고, 바래간다 해도


그래도

기뻐했던 그 한 줌만큼은
남아 있을지도.




아쉬운 말.



그토록 아쉽게도 

다시 마셔버렸던 그 말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흐르고, 흘러서,

넘쳐서, 아쉬워져서,


그제야 

미안하게도 내뱉을 수 있더라.





내뱉고, 쉬고.

 내가 기린 내일을 바람에 싣고,


내가 뱉은 걱정을 손안에 묶고,


내가 물고 있던 아픔을 삼키고,


그제야 그다음이 있더라.






바램.




"네 소원을 알려줄래?"



"나는, 욕심이 많으니까."


"그러다 보니까, 어느덧 네 바람까지도."


"내 마음에 담아두고 싶어졌어."


"나는 욕심이 많으니까."






금빛.

"어느 날,"


"우연히도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빛을

찾아내고 말았어."


"그리고 정말로 저주스럽게도,

그 황금빛을 너무나도 사랑하게 되어버렸어."


"결국,

나는 그 저주조차도 사랑해 버리고 말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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